1. 얼굴과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211015778175?did=NA&dtype=&dtypecode=&prnewsid=
살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로 인해 인생이 끝나진 않는다. 평소 내가 처신을 잘해 왔다면 주위 사람들은 너그러이 이해해 준다. 문득 이렇게 남들이 이해해 주는 것도 마감시한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릴 때야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성숙지 못해 이해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 이러면 곤란하다. 이럴 때 분기점(分岐點)처럼 등장하는 나이가 마흔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링컨 대통령의 일화가 있다. 컨은, 태어날 때의 본인 얼굴은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며,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얼굴 표정에 발현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링컨은 “마흔이 넘는 모든 이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그 사람 얼굴에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거울을 들여다볼 때, 화나고 불퉁한 표정을 본다면, 그건 당신의 내면 태도가 그렇게 표정으로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고 말했다. 흔이라는 나이에 방점을 찍은 또 한 명이 바로 공자인데, 인생관을 정립하여 ‘미혹(迷惑)’됨이 없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마흔으로 본 공자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남들에게 미움받을 짓만 하여 주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의 인생은 더 볼 것이 없다고 함으로써 강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던 여러 기질들이 고착화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 성공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 성공 방정식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면서 스스로 고착화되고,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주눅이 들어 자신을 방어하느라 또 고착화된다는 것. 나이와 지혜는 결코 정비례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2. 하이테크 매카시즘
https://news.joins.com/article/23306453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 중 하나가 장편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다. 사랑과 배신, 복수의 광기 속에 주인공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여론 재판을 받고 망가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에 몰아칠 때다.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54년 미국을 휩쓴 반(反)공산주의 사상이다.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공산주의자 사냥에 앞장섰던 조지프 R 매카시(Joseph R. McCarthy)의 이름에서 따왔다. 전후 보수 강경분자가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시도였다.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고 마녀사냥을 일삼았다. 당시 많은 지도층과 예술계 인사가 공산주의자로 몰려 고통을 겪었다. 그의 몰락과 함께 매카시즘도 자취를 감췄지만, 사라졌던 매카시즘이 다시 소환됐다. 불러낸 곳은 중국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18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화웨이(華爲) 보이콧’을 “하이테크계의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화웨이는 세계 1위의 통신 장비 회사다.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 회사를 바라보는 서구의 눈길은 곱지 않다.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는 인민해방군 출신이다. 화웨이의 성장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시각도 많다. 미국은 화웨이를 중국 공산당의 정보 수집 기구로 여긴다. 화웨이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backdoor)’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도 품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화웨이 장비가 악용될까 우려한다.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둘러싼 각국의 주도권 경쟁은 치열하다. 5G의 표준이 되려는 화웨이의 행보는 ‘중국의 야심’과 동의어다.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시대’에 다시 부는 ‘하이테크 매카시즘’이 중국의 주장대로 서구의 마녀사냥인가. 아니면 중국의 스파이 행위와 기술 탈취에 대한 합리적 의심일까.
3. [이현상의 시시각각] 반도체, 무서운 건 중국이 아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317316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불황기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이렇게 쌓은 경쟁력으로 상대를 제압해버려야 초격차를 유지하는 선도 기업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삼성전자가 64KD램 개발에 성공했을 때, 미·일 업체의 덤핑으로 D램 가격이 10분의 1로 폭락했다. 이때 삼성전자의 선택은 반도체 라인 증설이었다. 그 결단이 없었다면 세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는 없었다. 최악의 반도체 불황기였던 2002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에 팔리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하이닉스 이사회는 독자 생존을 선택했다. 그때 포기했으면 10년 뒤 SK와 결합도, 오늘날 세계 3위 SK하이닉스 반도체도 없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반도체 강국 한국이 치킨 게임에 당할지 모른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들여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중국 때문이다. 정부는 1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더욱 관심이 커졌다. 그런데 이 계획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 때문이다. 정부 내에선 벌써 이상 조짐이 느껴진다. 당초 반도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염두에 뒀던 산업부는 지금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경제 논리 대신 정치 논리가 판을 친 대형 국책 사업의 악몽이 벌써부터 떠오른다. SK하이닉스는 유치전을 벌이는 지자체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산업 인프라 활용, 협력업체와 상생, 우수 인재 유치 등을 생각해서 선호하는 지역이 있지만, 입조심만 하고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시간이다. 당초 계획대로 1분기 중 클러스터 입지가 결정되더라도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을 거치고 나면 빨라도 2021년에나 착공할 수 있다. 지금 짓고 있는 이천의 M16 라인은 2020년 완공된다. 입지 결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빈 시간이 늘어난다. 그 사이에 반도체 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쫓아오는 중국이 무서운 게 아니다. 우물쭈물하는 우리의 시간이 더 무섭다.
4. [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6) 조직을 이끈다는 것] 방법이 아니라 방식을 바꿔라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24512
조직을 이끌게 되었다는 건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문제는 그들이 나와 몸만 다른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목표를 맞추고 마음을 맞추어야 하는데 생각대로 되질 않는다. 두 번 세 번 말한다 해도 그게 제대로 이해됐는지 알 수 없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매번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면 결과물이라도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대체로 그러지 않을 때가 많다. 일일이 고쳐줄 수도 없고, 그대로 위에 올릴 수도 없어 “다시 해보라”고 하면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고 하기보다 인상을 먼저 구긴다. 사람을 이끌고 성과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같이 가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초임 리더 중에는 자기도 모르게 팀원들을 눈앞에 묶어 두고 달달 볶는다. 자신이 팀원이었을 때는 “맡겨 주면 알아서 할 텐데”라고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옛날 상사를 따라 악덕의 길을 간다. 처음으로 조직을 이끌게 된 이들에게 닥쳐올 가까운 미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폭발하면 자신과 주변이 모두 폐허로 변하니 참고 또 참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날이면 날마다 계속되는 지겨운 반복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사람을 싫어지게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컴퓨터 업체 델의 마이클 델 회장이 말한 것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5분만 기분 내고 원 위치”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허니문 기간에 1년 그림을 대략적으로 끝낸 다음, 가능한 한 빨리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게 좋다. 일찌감치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정하고 팀원들과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혼자 목표를 세운 다음 “나를 따르라”고 하거나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팀원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공동 목표를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겪어 보면 알겠지만 중간관리자는 중간만 해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어중간한 위치라 아주 위험한 자리다. 까딱하는 순간 중간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쉽다. 아래에서는 틈만 나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내리 누른다. 윗사람들은 자기들도 그렇게 고생했으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왜 이런 것도 못하느냐’는 식으로 매몰차게 몰아붙일 것이다. 노자가 2500년 전에 갈파했듯 세상은 절대 인자하지 않다. 인간과 조직 사이는 더하다.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경제학에는 법칙이 있지만 경영학에는 법칙이라는 게 없다.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경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살아가는 일에는 정해진 답, 정답이 없다는 거다.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 그러니까 나만의 답은 있지만, 그것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하게도 중요한 일일수록 정답이 없다. 정답은 없지만 유망한 방법은 있다. 우선 이전과 ‘다른 머리’를 써야 한다. 직원일 때 우리는 양쪽 귀 근처에 있는 측두엽을 많이 쓴다. 측두엽은 일종의 기억창고로 지식을 저장하는 곳이다. 이곳에 지식을 많이 저장할수록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잘 풀 수 있다. 하지만 이 뇌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이마 쪽에 있는 전두엽과 그 안쪽에 있는 해마를 써야 한다. 이 두 곳은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새로운 걸 학습하는데 필요한 곳이다. 한마디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세상이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걸 책 속의 지식이나 누구나 아는 기억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원하는 답은 오직 끙끙거려야 하는 고민 속에 있다. 치열함 속에 있다. 독일로 견학 간 기업인들이 지멘스의 로드맵을 달라고 했다. 스마트팩토리가 왜 필요하고, 이걸 ‘스마트’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먼저 분석한 다음, 선도기업의 경험을 참고해야 하는데, 그런 건 머리 아프기도 하거니와 시간이 많이 걸리니 ‘답안지’를 달라고 했던 것이다. 개선은 잘 하는데 창조가 약할 수밖에 없는 측두엽 사고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이제 이런 식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다. 방법이 아니라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5. [이정재의 시시각각] 국민연금 무서워 투자하겠나
https://news.joins.com/article/23321532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대주주의 위·탈법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것”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말은 적어도 다섯 가지 이유에서 잘못됐다. 첫째,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0년대 행동주의 펀드가 극성을 부리면서 기업이 허약해졌다. 단기 수익에만 급급해 알짜 자산 매각,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를 부추긴 탓이다. 주가는 올랐지만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 혁신을 잃었다. 이에 맞서 탄생한 스튜어드십은 ‘충실한 집사처럼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게 임무다. 대기업 대주주 범죄가 문제라면, 검찰·경찰,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가 단죄하면 될 일이다. 둘째, 시기가 나쁘다. 대통령이 발언한 날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열리던 중이었다. 안건은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였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쯤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주주권 행사 여부를 확정한다. 원칙대로면 수탁자위원회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야 마땅하지만 대통령이 말을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셋째, 특정 행동주의 펀드를 도와준 꼴이 됐다. 마침 강성부 펀드가 대한항공을 정조준하는 중이다. 경영 부실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한항공의 경영 지표는 아시아나보다 월등히 좋다. 넷째, 내로남불 비판을 자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에게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게 죄가 돼 감옥살이 중이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악덕 기업을 혼내주라”는 지시는 뭐가 다른가. 다섯째,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당한 기업은 첫해 4.8%, 이듬해 18.1%의 고용이 줄었지만 자사주 매입은 20.3%나 늘었다. 경영권 방어에 그만큼 돈이 든다는 얘기다. 재계가 “맘껏 투자하라”던 대통령이 “경영권 조심하라고 뒤통수를 때렸다”고 당혹해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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