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날아가고 진실을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라간다
-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 -
구텐베르크 이후로 도래한 활자혁명 덕분에 활자는 대중문화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성경부터 시작해 신문과 소설 등 많은 지식이 책에 담겨 대중에게 서서히 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는 특정 계층의 것으로 향유되었으며, 정보를 가진 사람이 돈을 버는 사회구조는 여전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근세기 들어 정보화 혁명 덕분에 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거의 모든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자신만의 정보를 유포하는 것 또한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향 유통이었던 것에서 탈피해 쌍방향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른바 정보의 민주화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칼 벅스트롬과 제빈 웨스트의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 (원제:Calling Bullshit: The Art of Skepticism in a Data-Driven World)에선 정보의 민주화가 초래한 헛소리의 만연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헛소리를 하는 건 그로 인해 생긴 가짜 뉴스를 없애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헛소리를 반박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그런 헛소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몇십 배나 많다는 브란돌리니의 법칙이 괜히 회자되는 게 아닐 것입니다.
헛소리에는 진실이나 논리적 일관성, 실제 전달되는 정보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채 청중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압도하거나 위협함으로써 그들을 설득하거나 감동을 주기 위한 언어, 통계 수치, 데이터 그래픽, 기타 형태의 설명이 포함된다.
-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 P.81 헛소리의 정의 인용 -
헛소리의 예를 들어봅시다. 많은 분들이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회를 사보셨을 겁니다. 흔히 수산시장에서 상인분께서 저울로 무게 달아주시는 걸 신뢰하고 구매하실 겁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물고기의 무게를 눈 앞의 저울로 3KG라는 걸 보여주는데 반박할 여지가 딱히 없겠죠.
하지만 최근 유튜버 입질의추억TV에서 저울 사기에 대해 영상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병어돔을 쟀을 때 3Kg이었던 것은 직접 측정해보니 1.5Kg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상인이 몇초만에 사기 치는 건 손 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유튜버는 저울 사기임을 밝히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까지 그에 몇배에 달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상인은 영업정지 15일의 조치가 취해졌다고 합니다. 헛소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여자 축구계의 연봉 논란이 있습니다. 축구선수 메건 라피노는 남성 축구선수와 비교해서 여성 축구선수의 연봉이 지극히 낮을 것에 문제를 제기 했습니다.
UN 여성위는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인포르개픽을 올리며 "메시의 연봉, 상여금 상업적 거래, 기타 지급액을 포함한 연간 8400만 달러의 수입을 얻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여자 축구 7대 리그 1693명의 선수들의 연봉 총액 4260만 달러(약 492억 원)의 두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한 명의 '남성' 축구 선수가 여성 축구 1693명보다 두 배의 연봉을 받는 것이 얼핏 보면 불합리해 보이며 실제로 차별이 있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 축구와 여성 축구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남성 축구계 안에서도 저런 식의 수치만을 놓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리오넬 메시 선수는 남성 축구선수 중에 최고의 선수입니다. 메시는 2020년을 기준으로 약 1,875억원 (4시즌 7,500억원)을 연봉으로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인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약 106억원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축구선수 보다 리오넬 메시 선수는 약 18배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손흥민 선수보다 메시 선수가 18배를 잘하는 것도 아니며, 18배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 둘 사이의 연봉 차이는 단순히 실력 차이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그 선수의 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는가는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따라서 여성 축구선수가 남성 축구선수보다 산술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차별이 극심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형성된 시장이 다르기에 대우받는 것도 다른 것을 차별이라 낙인 찍을 수는 없습니다.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에는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서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그런 의심이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매일 블랙커피를 두 잔 이상 4년간 마셨더니 당뇨 발병률을 낮추고 치매를 예방한다는 글을 보면 이를 믿기 보다, '너무 좋은데? 수상해!' 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요즘 같은 시대에 여러분의 상식을 무너뜨릴만한 사건은 정말 드물 것입니다.
다만 자신의 상식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지라도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에 따르면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기존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에 주목해 그걸 믿거나 남과 공유하는 경향이라고 합니다. 어떤 주장이 세계에 관한 우리의 믿음을 확인해주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기 쉽고, 거짓일지도 모른다며 이의를 제기하려는 경향은 줄어드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종합하자면, 우리의 상식 수준을 신뢰하되 너무 딱딱 맞아떨어질 때에는 확증편향에 치우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에겐 모든 정보의 출처를 찾을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선호하는 신문과 뉴스에서 짠 프레임에 맞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치다보니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재와 제목을 들고 옵니다. 소위 어그로를 끄는 것이죠. 따라서 자신의 상식을 바로미터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내 상식에 벗어나는 걸 의심하고 그 의심이 들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 여러분이 똑똑하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미리 읽고 대비하실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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