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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英, 무능한 리더의 재앙
http://news.donga.com/List/3/04/20190321/94658751/1?utm_source=DongaApp&utm_medium=app&
2016년 6월 국민투표 가결 후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돌고 돌아 브렉시트를 앞두고 겨우 도달한 지점이 브렉시트 3개월 연장이다. 아직 브렉시트 자체를 번복하는 ‘노(No) 브렉시트’ 가능성도 열려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체결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는 연거푸 부결시켰다. 일종의 삼권분립이다. 이 합의안에 보수당 의원 100여 명이 두 차례 연속 반란표를 던지고, 보수당 소속 하원의장이 메이 총리의 세 번째 합의안 투표 자체를 안건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내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했다. 브렉시트를 두고 진행한 의회 토론 횟수도 셀 수 없다. 그때마다 국가의 정상에 해당하는 메이 총리도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꼬박꼬박 답할 정도로 의회 존중의 정신도 살아있다.
결국, 문제는 리더다. 지금 영국 정치권은 아무런 합의안 없이 EU와 완벽하게 이혼하자는 여당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가급적 이별 후에도 EU와 끈끈하게 지내고 싶은 메이 총리를 포함한 보수당 내 온건파, 내심 브렉시트 자체의 번복을 기대하는 제1야당 노동당 등 3개 세력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메이 총리는 온건파의 세를 확장시키지도, 강경파나 야당을 설득하지도 못한 채 자신의 안만 고집하며 EU와 어정쩡한 합의안을 내놓으면서 아무런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브렉시트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국민에게 고백하고 되돌릴 용기도, “나를 믿고 EU를 떠나자”고 밀고 나갈 확신도 보이지 않았다. 브렉시트로 인한 대혼란은 ‘시스템은 도구일 뿐 결국 정치를 완성하는 건 사람’이라는 교훈도 새삼 일깨워준다. 문을 나가지도 않고 물리지도 못하는 사이 영국 내 각국 기업과 고급 해외인력들은 이미 짐을 싸거나 짐 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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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테러와 디지털의 그늘
http://news.donga.com/List/3/04/20190321/94658767/1?utm_source=DongaApp&utm_medium=app&
헬멧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테러범은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에서 벌인 처참한 총격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중계했다. 이민자의 천국으로 여겨지던 뉴질랜드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삶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후, 보다 민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희망했다.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의 삶은 더 위태로운 모습으로 끈에 매달려 있는 처지가 됐다. 이번 뉴질랜드 테러범은 트위터와 온라인, 페이스북 등에 ‘반(反)이민 선언문’을 올리고 자신의 테러를 정당화하려 했다. 페이스북이라는 편리하고 놀라운 기술의 도구가 이처럼 혼란스러운 부정적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기술을 이용한 테러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벌어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의 삶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서로 더 연결되고 의존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투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한 소수는 사회를 점점 불투명하게 만들고 이 기술로 권력을 장악해가고 있다. 거대한 사회적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실제적인 동력은 기술이다. 하지만 나쁜 의도를 가진 정부나 테러리스트, 사적 이익을 위해 여론을 왜곡시키는 특정 세력이 개입해 기술을 작동시키고 운영하고 통제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파괴적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실시간으로 디지털 기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들로부터 이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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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대통령의 시계
http://news.donga.com/List/3/04/20190321/94658741/1?utm_source=DongaApp&utm_medium=app&
문재인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요즘,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은 커녕 낡은 시대의 장면들이 자꾸 연출된다.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해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즉시 나라의 공권력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공영방송 ‘땡전 뉴스’ 첫머리에 등장한 대통령이 근엄한 표정으로 “사회부조리 척결”을 말하면 온 나라 행정력이 총동원됐던 시대의 데자뷔다.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은 당연히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검찰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해도 그대로 덮을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대통령의 육성 동영상까지 배포됐다. 그 결과 검경은 이번에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꼭두각시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면 사라졌어야 할 관행들도 그대로다. 대표적인 게 온갖 이권을 나눠 갖고, 그게 순조롭지 않으면 행정력을 동원해 유무형의 압력을 넣는 행태다. 대통령이 불쑥 꺼낸 친일파, 빨갱이 논쟁도 시계를 돌려버렸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또다시 친일파 대 민족자주세력의 대결 프레임으로 접어들게 됐다. 한국사회를 친일파와 독재권력, 친미 매판자본 연합세력 대 프롤레타리아를 중심으로 한 민족·민중세력의 대립구도로 이등분해 바라봤던 군부독재 시절의 데자뷔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시야를 민족이라는 울타리와 과거에 두지 말고 세계의 흐름을 보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자유무역 확산을 누렸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패권 무역이 판을 치고 있다. 다자간 규범은 약화되고 개별 강대국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질서로의 초입에 들어섰다. 전후 한국의 지속적·안정적 성장과 안보를 담보했던 국제환경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진정한 친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이런 시기에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중국엔 무시당하고, 한일관계는 최악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여권 핵심 누구도 이를 걱정하지 않고 정치적 득실로만 따진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사회 좌우의 소수 극단을 제외하면 누구도 반대편 이념을 가진 이를 빨갱이 등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친일파의 빨갱이 낙인찍기를 걱정할 시대는 수십 년 전에 지났는데 대통령의 시계만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약속을 들은 지 2년이 지났지만, 떡고물을 나눠 먹는 진영만 바뀌었을 뿐, 낡은 시스템, 낡은 프레임은 그대로, 아니 더 복고로 치닫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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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포퓰리즘 사용설명서
http://news.donga.com/Top/3/all/20190320/94639709/1?utm_source=DongaApp&utm_medium=app&
지금 유럽에서는 ‘좌파’라는 표현을 부정적 어감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좌파’란 말에 대한 거부감은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가 진영 내부에서 나온다. 자신들 생각과 전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백안시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자가점검이다. 급진적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좌파 정치철학자 샹탈 무프가 지난해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를 출간했을 때 인터뷰에서 좌파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의견이 다르다 싶으면 극우로 치부해 버리고, 대중의 절실한 요구에 둔감하며, 지지층 아닌 이들은 ‘수준 탓’을 하며 배척하는 좌파의 타성은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최근 국내서 출간된 이 책은 포퓰리즘의 의미를 재구성한 저서다. 우파 포퓰리즘에 밀려나는 유럽 좌파의 앞날을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가 보기에 좌든 우든 그 행태만 보면 도긴개긴, 경계가 흐릿한 지경이다. 리더를 향한 맹종, 언론에 대한 의구심, 길거리 정치, 정의에 대한 감정적 접근 등 닮은꼴이다. 좌파는 스스로 만든 덫에도 갇혀 있다. 시대 변화 속에 계급만으로 설명이 힘든 문제들,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생태환경문제 등이 대두했음에도 여전히 노동계급 관점에 고착된 정치적 전선에 얽매여 있다는 얘기다. 진보정권 시대인데 되레 좌파의 이상과 엇나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에 대한 경시, 민주주의 기본 전제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낮은 감수성이 대표적이다. 북한 비판 탈북단체에 대한 압박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미국의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실렸다. 선량한 시민이 금강산에서 생명을 빼앗긴 사건을 ‘통과의례’라 발언한 분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됐다. 이 와중에 현 정권을 북한 대변인에 빗댄 6개월 전 외신을 야당 대표가 인용함을 계기로 해당 기자 개인을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미세먼지 문제는 어떤가. 지긋지긋함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된 이 독극물로 인해 21세기 한국에서 난데없이 일제 치하의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다시 외쳐야 할 판국이다. 미세먼지에 관한 대선공약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 없고, 하나 마나 한 말과 대책만 무한반복 이어진다. 모든 해법의 첫 단추는 낡은 사고에서 탈피해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서 시작된다. 앞서 말한 무프는 현 국면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실천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입헌적 자유민주주의 틀 안에 새로운 헤게모니 질서를 구축하려 함이지, 다원적 자유민주주의와의 급진적 단절,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질서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막중한 과제 앞에 고개 돌린 채 과거를 지속적으로 호출하는 정치 행태로 인해, 어느덧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판타지 영화 같은 현실을 맞이한 대한민국. 어제의 어떤 문제도,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닥친 현실보다 중요할 수는 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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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5981.html
‘과학이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이 말은 1934년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당시 스웨덴의 인구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서 한 말이다. 경험적 사실과 과학적 논증에 기반을 둔 정치만이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1930년대 유럽은 대공황과 더불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위기를 경험하였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였던 스웨덴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였다. 종교계는 종교적 교리를 내세웠고 정당들은 정치적 이념에 기반을 둔 주장들을 앞세웠다. 뮈르달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이 아니라, 인구통계에 근거하고 엄밀한 사회과학적 논의를 통한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집권당이 된 스웨덴 사민당은 뮈르달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족복지 강화를 통한 저출산 탈피에 성공했다. 오늘날 유럽 제2의 고출산율 국가가 되었다.
2010년대 한국에서는 과학보다 정치가 우선한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스러운 나날이 지속되면서, 먼저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결책을 둘러싼 뉴스들이 매체를 통해 쏟아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중국과 한국의 대기오염물질 중 어디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더 핵심적인지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도 대두되었다. 그리고 그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현실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등장하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원인과 책임 주체도 달라지는 ‘미세먼지의 정치학’이 대두되었다. 1952년 12월 5~9일 런던을 뒤덮은 스모그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산업화가 낳은 대기오염이 유발한 끔찍한 재앙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적인 이윤만을 지상의 목표로 하는 산업화가 이루어졌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대기오염은 동아시아 산업화의 또 다른 산물이다. 경제성장을 위하여 환경파괴는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연파괴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속되고 있고, 경제성이라는 이름 아래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공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각종 자동차 매연, 생활 쓰레기, 플라스틱 공해와 미세먼지는 모두 같은 종에 속하는 환경오염의 일종이다. 지난 몇년 동안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 진단과 해법은 별로 진전된 것 같지 않다. 2019년 초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와 이를 둘러싼 담론을 접하면서, 군나르 뮈르달의 오래된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정말로 ‘과학이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득실과 경제적인 이익이 아닌 우리의 생명과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 그리고 과학적인 논의를 통해서 구체적인 정책을 모색하는 집단적인 노력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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