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마법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A Rose for Emily』는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내레이터의 시점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구성되었으나 단수 ‘I’가 아니라 복수의 ‘We’로 표현된 것도 특이하고, 5개의 부분으로 나눠진 소설이 시간 순서대로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5번 부분이 시간 순서상 가장 마지막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5번부터 1번까지가 완전히 시간 역순으로 배치된 것도 아니다. 각 부분을 상대적으로 과거의 사건을 묘사한 순서대로 배치하면 3-4-2-1-5라고 볼 수 있다.
3번 부분은 호머 배른이 등장하여 에밀리와 연애를 하고 그 이후에 에밀리가 비소를 사는 내용이다. 4번은 그 이후에 호머 배른이 다시 등장하면서 에밀리와 결혼 준비가 되는 것처럼 보이나 호머 배른이 모습을 감추는 내용이 나온다. 이 때 호머 배른은 에밀리에 의해 비소로 살인 당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2번 부분은 에밀리의 집에서 에밀리 아버지가 죽었을 때와 같은 썩은 냄새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내용이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에밀리의 집 주변에 석회가루를 뿌리기로 결정한다. 1번은 두 가지 시간이 혼재되어 있다. 전반 부분은 에밀리의 장례식이다. 에밀리의 장례식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인 내용이다. 반면 중 후반부터는 에밀리가 과거에 세금을 면제받았으나 최근의 새로운 시장은 에밀리에게 세금을 납부할 것은 청구했으나 에밀리가 이를 거부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 5번에서는 에밀리의 장례식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에밀리를 회상하기도 하기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에밀리의 비밀, 즉 에밀리가 죽은 호머 배른의 시체를 발견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어째서 작가는 이렇게 복잡하게 사건의 순서를 나열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그런 식의 구성을 설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로, 작가는 독자가 내레이터(narrator)가 겪는 경험을 똑같이 겪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 순서를 조금 혼란스럽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서 내레이터는 에밀리를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해온 We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복수의 1인칭 대명사인 We를 사용하여 내레이터를 드러냈다. 여기에서 We는 마을사람들 중 일부를 의미한다. 내레이터를 We로 함으로써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에밀리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단수의 내레이터보다 복수의 내레이터가 에밀리를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효과를 부여하고 에밀리는 We라는 소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강조하는 효과를 내려고 했다. 에밀리가 타인과 격리된 삶을 강조하여 결말에 이르러서야 진실이 드러나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사건 구성 측면으로 돌아가서 설명하자면, 내레이터는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장면부터 서술한다. 장례식이라는 설정 자체가 힌트가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 가면 그 사람과 있었던 과거의 추억 한두가지를 이야기하게 된다. 장례식에 온 내레이터들이 에밀리에 대한 과거를 하나씩 짚어보는 과정을 소설 전체적으로 그렸다고 보는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내레이터가 겪는 경험을 독자에게도 겪게끔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1 부분의 중 후반부에서 가장 최근에 있던 에밀리과 관련된 과거의 사건의 회상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더 먼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은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이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하게 되면 가장 최근에 있던 일부터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는 장례식에 온 내레이터처럼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효과를 확실히 누리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영화 『메멘토』의 구성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메멘토』의 구성이 훨씬 복잡하긴 하지만, 영화에서 감독은 미래에서 과거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구성으로 관객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감독이 이런 구성은 택한 이유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특이한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으며, 관객에게 그 주인공이 겪을 상황을 관객도 똑같이 느끼게끔 하기 위해서다. 좀 더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주인공은 5분마다 기억을 잃는다. 그 결과 5분 동안 있었던 일을 메모하지 않으면 과거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메모하고 심지어 본인의 몸 이곳저곳에 문신으로 그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메멘토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5분 동안의 상황을 연출하고 그 다음 10분 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구성을 설정한다. 이로 인해 관객은 과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주인공과 같은 경험을 겪게 만든다.
두번째로 시간의 흐름대로 구성하지 않는 것은 결말에서 독자가 느끼는 충격을 극대화 시킨다. 『A Rose for Emily』는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에밀리가 알고 보니 호머 배른을 죽이고 그 시체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는 게 밝혀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 순서대로 소설이 구성되었다면 충격이 덜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밀리가 호머 배른을 만나면서 그와 헤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사건을 목격하고 이후에 비소를 구매한 이후에 호머 배른을 본 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 에밀리의 집에서 썩는 냄새가 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읽는다면 독자는 에밀리가 비소로 호머 배른을 죽이고 집에서 보관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비틀었다. 그 결과로 독자는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각 사건들이 서로 동일선상에 있다고 인지하기 보다는 독립사건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독자는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호머 배른이 죽었고, 그를 죽인 것은 에밀리이며, 에밀리는 그의 시체를 옆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서술되는 시간 순서를 조금 비트는 것만으로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결말이 가져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준다는 것이다.
영화 『메멘토』의 예시를 다시 들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는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과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시점을 각각 컬러와 흑백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그 컬러와 흑백의 화면이 만나면서 결말에 다다른다. 관객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주인공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고, 컬러 화면으로 보았던 그 장면들은 전부 주인공이 자신의 메모를 조작하여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다른 사람을 살인하기 위해 미래의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구성 덕분에 결말이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지게 된다는 점에서 『A Rose for Emily』와 유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종합하자면 『A Rose for Emily』의 시간 순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서술 방식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작가의 의도는 글을 서술하는 내레이터의 시선과 독자의 시선의 일치일 것이다. 동질화를 통해 내레이터가 느끼는 감정을 독자도 그대로 느끼게 되었으며, 또한 독자는 에밀리를 단순히 변태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여기기 보다는 내레이터가 느끼던 대로 에밀리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결말에서 내레이터와 독자는 충격과 놀라움을 함께 겪게 되는 데,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였고 『A Rose for Emily』의 독자로서 나도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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