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다. 내수보다는 전 세계 경기가 한국 경제의 온도를 좌우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성적을 매길 때는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로 점수를 내야 한다. 기준은 바로 세계 경제성장률이다. 단순히 한국의 수치가 높다고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1] 지난 9일 IMF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로 급격하게 낮춘 것과 대비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그저 아시아의 문제라고 생각되던 것이 ‘유럽의 문제’, ‘미국의 문제’가 되었고, 어느새 ‘모든 국가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의 글로벌 공급과 수요 사이클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 공장이 멈추면서 다국적 기업에 큰 타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한국 경제 규모의 12배에 달한다. 1960년대 경제개발에 나선 이후 한국이 미국보다 덜 성장한 해는 1980년(오일쇼크)과 1998년(외환 위기), 2018년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됐을 때 세 차례뿐이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외적 요인으로 인해 한·미 간 성장률이 다시 뒤집힌 것이다. 코로나19는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다.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는 언젠가 표면적으로는 치유되겠지만 정치, 사회, 경제적 후유증은 세계의 새로운 질서와 패러다임을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경제는 바닥에서 다시 출발하는 지점이 올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예측한다. 곧 사회 취약 계층을 덮친 파도가 부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모든 직장인과 이른바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도 밀어닥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한국은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3% 초반을 유지했지만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에는 3%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고용 관련 지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2018년 1∼8월 실업자 수는 월평균 112만9000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평균 실업자 수는 2018년에 가장 많았다.[2] 2017년 6조2895억원이던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8년 7조9199억원, 2019년엔 9조8601억원으로 급증했다. 현 정부 들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작년 10월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지급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엔 코로나19 여파로 1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3]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임금 지급이 어려운 상태라며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그친 것에 반발하여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할 민주노통 위원 4명을 전원 교체했다. 현 정부는 집권 이후 소득 주도 성장을 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밀어붙였다.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시간당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8년 16.4%(7530원)나 올랐다. 2019년엔 10.9%(8350원)가 올랐다. 하지만 저소득층 일자리가 오히려 주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기자 올해는 인상률이 2010년 이후 최저치인 2.87%(8590원)로 결정됐다. 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결정 때 과정에 부조리가 있었다며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민노총의 위원 교체는 올해 다시 최저임금을 더 올리기 위한 전열 정비란 해석이 나온다.[4]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일정 부분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의 질적 향상을 기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같은 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빈곤가구의 주된 문제는 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근로지위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제는 근로빈곤완화에 효과가 없다. 둘째, 최저임금의 상승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유발하겠지만 고용유지를 어렵게 하여 빈곤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셋째, 최저임금 적용집단이 가구 내 주소득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에 최저임금의 상승은 근로빈곤 탈출에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5]
고전적 경제모델에 따르면, 노동력의 질이 균등하고 노동시장의 정보가 완벽하다는 완전경쟁을 가정한 노동시장 기본모형에서는 최저임금이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노동수요가 감소하여 고용이 줄고 노동공급 증가로 노동의 초과공급이 추가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실업이 증가한다. 최저임금은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소득보호 차원에서 도입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적인 경우 실직하지 않고 남아 있는 근로자의 소득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 직장을 잃거나 잡지 못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기존 근로자의 임금수준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크다면 사회 전체의 후생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6]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여러 측면에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언제든지 다른 누구에게라도 대체가능한 직무를 수행하는 10대 및 대부분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감소시킴은 자명하다. 이들은 실업으로 내몰리거나 지하경제로 밀려날 것이며, 패스트푸드 등 저숙련 노동력이 집약된 상품의 가격 또한 인상될 것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임금 하한선은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 감소를 인위적으로 막아 기업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적합한 훈련을 제공할 유인마저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코로나19의 위기임을 잊어선 안된다. 최저임금의 극심한 인상폭이 임기 후 몇 년간 가져온 후폭풍을 인정하고 내년에는 최저임금인상을 거의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패할 수 있다. 심지어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정책은 대공황처럼 실업률이 30%에 육박할 때나 가능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3.9%로, 작년(3.8%)보다 0.1%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 계산 변수인 취업자 수의 경우,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 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7]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일자리 유지와 노동자의 생계 확충을 저울추에 올려놓고 우리 경제가 놓인 안팎의 사정까지 감안해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임시일용직이나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실직자의 고용·생계 안전망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있는데 이를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1] 「한국, 미·일 경제 정책도 좀 베껴라」, 『중앙일보』, 2018.09.0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950135
[2] 「실업률 한국 3.8% 미국 3.9% … 성장률 이어 또 뒤집어지나」, 『중앙일보』, 2018.10.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008314
[3] 「올해 실업급여만 12兆 예상… 청구서는 계속 늘어난다」, 『조선일보』, 2020.05.12,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2/2020051200082.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4] 「최저임금委 11일 첫회의 앞두고… 민노총, 위원 전원 이례적 교체」, 『조선일보』, 2020.06.09,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0239.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5] 이시균. (2013). 「노동시장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최저임금이 근로빈곤 탈출에 미치는 효과」. 『산업노동연구』, 19(1), 36 참조
[6] 안태현, (2009),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관한 경제학적 논쟁」, 『국제노동브리프』, 7(8), 44-45 참조
[7] 「KDI “올해 한국경제 0.2% 성장”… 경기 낙관 논란」, 『조선비즈』, 2020.05.20,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0/2020052001828.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반응형
'데일리 뉴스 클리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리바바의 성공 요소와 아마존과의 비교 (0) | 2020.08.09 |
---|---|
한국의 자동차 기업에 중국이 필요한 이유 (0) | 2020.07.01 |
2019년 4월 1주차 뉴스 클리핑 (0) | 2019.04.01 |
2019년 3월 4주차 뉴스 클리핑 (0) | 2019.03.28 |
2019년 3월 3주차 뉴스 클리핑 (0) | 2019.03.28 |
댓글